나의 이야기

박근혜, 촛불아래서 신탁을 기다리는 여사제

한라오스 2016. 11. 14. 17:15

박근혜, 촛불아래서 신탁을 기다리는 여사제
- 2007년  연세대 황상민 교수께서 하신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예언입니다.

 

 

▶ 대한민국은 21세기 민주사회가 아니라 고대 신정국가인가?

비선 실세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연설문을 쓰고, 국정을 주무른 게 사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18대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2013년 11월 ‘대통령이 꼭두각시다’라는 분석을 내놓은 심리학자들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박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 퍼럴 때였다. 이 심리학자들은 레이저를 쏴 눈도 못 마주친다는 박 대통령에게서 어떻게 꼭두각시를 읽어냈을까?

“통일은 대박이다.”(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2015년 5월 어린이날 행사)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2015년 11월 국무회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빨간펜 첨삭이 알려지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말실수는 ‘오래된 미래’였다. 1998년 그가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나,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뒤 18년간의 은둔생활에서 오는 독특한 어법쯤으로 덧칠돼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이 된 뒤 공식 발언을 할 기회가 많아진 그의 말에선 주어와 술어가 전혀 일치하지 않았고 부사와 지시대명사가 난무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말을 해석해주는 ‘박근혜 번역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이 혀를 차며 그저 무심히 넘겼던 ‘유체이탈 화법’에서, 대통령이 누군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던 심리학자들이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와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1년5개월 전에 박 대통령의 이미지와 말 등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2008년부터 대중들의 심리를 통해 정치인의 이미지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황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16년 초까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사회의 현실을 심리학의 관점으로 냉철하게 분석해와 널리 알려졌다.

황 교수의 분석은 1년여 뒤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 취미라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체가 언론 보도로 불거지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매일 극비문서를 포함해 청와대 부속실의 보고를 따로 받았던 최씨의 실상이 언론에 하나씩 하나씩 양파껍질 벗겨지듯이 터져나오자, 사람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라며 수군거렸다. 박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까지 민심 이반이 감지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박 대통령이 꼭두각시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했을까? 황상민 교수는 대중심리를 통한 정치인 분석 작업을 참여정부 때부터 해왔다. 당시 청와대에서 국민들이 어떤 사람을 이상적인 대통령으로 생각하는지 조사를 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던 것이 계기다.

그는 ‘마음의 MRI·핵자기공명장치’라는 Q방법론을 이용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노 대통령의 이미지는 ‘친근한 옆집 아저씨’였다. 이 이미지의 반대로는 카리스마 있고 능력 있는 인물, 즉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뚜렷했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 교수는 2007년 8명의 잠룡을 분석해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란 책을 내놓았다. 8명 가운데는 당연히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도 있었다. 당시 그의 이미지는 ‘공주’였다. 또 한명의 유력한 대권주자였고 결국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이명박의  이미지는 ‘CEO 장군’이었다. 두 사람의 이미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있었다. 그는 대중들이 공주보다는 장군을 원한다고 생각했고 예상대로 경선에서 이명박이 승리했다.

 

황 교수는 2007년 그때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 월간지가 심리학자와 함께 대선 후보를 직접 관찰해서  쓰는 기사를 기획했다. 자료로만 분석하던 대권주자를 직접 만날 기회였던 만큼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직접 대선캠프에 가서 박근혜 후보를 기자와 함께 인터뷰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놀랐다고 한다.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박근혜 후보는 말에 혼이 담겨 있지 않았어요. 내 앞에 우아하고 멋진 사람이 있는데 사람이 없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촛불 앞에 있는 여사제’라는 제목의 분석 원고를 보냈는데 월간지가 이 원고를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권력 눈치를 보는 언론의 속성까지 알게 됐죠.”

그의 분석은 그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뒤인 2013년 11월 <한겨레> 토요판 인터뷰에서 처음 소개됐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왕을 뽑았다. 그가 여왕이 될지 바리공주(무당이 모시는 여신)가 될지는 그분의  운명이고  이 나라의 운명” 이라고 말했다. 지금 읽어도 소름 돋게 정확한 예측이었다.

황 교수는 2014년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다시 분석했다. 정기적으로 진행해오던 분석이기도 했지만 세월호 때문이기도 했다. 세월호의 비극을 지켜보면서 시작한 연구 가운데 하나였다. 그랬더니 그때 박 대통령의 이미지로 ‘꼭두각시’와 ‘혼군’(우매한 왕) 이 나왔다. “그땐 최순실씨 존재를 전혀 몰랐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와서 사실 황당했습니다.”

그는 이를 그대로 발표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함께 분석해 그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으면 불필요한 비난을 덜 받을까 생각해서였다. 그러다가 2015년 5월 관련 분석 자료를 월간지 <신동아>에 게재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2016년 2월 연세대로부터 해임됐다. 연세대는 당시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를 겸직 금지 의무 위반으로 해임했다. 부인이 설립한 연구소 위즈덤센터 연구이사로 재직해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황 전 교수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는 “센터는 내가 연구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10여년 전에 세운 것이고 이미 많은 연구를 센터와 함께 했다고 논문에 밝혀왔는데 학교 쪽이 제보를 받았다며 갑자기 문제를 삼았다”고 말했다. 설령 총장에게 고지를 하지 않아 규정 위반을 했다 하더라도 견책이나 감봉도 아닌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에 대한 해임 결정은 지나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마도 ‘무녀’ ‘혼군’이라는 발언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황 전 교수는 연세대를 상대로 복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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