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절) 천류불식 연징취영
제6장 <제가치국(齊家治國)> ❉ 34절 ~ 51절 / 35절
△ 273~276
川流不息(천류불식) ; 川 내 천, 流 흐를 류, 不 아니 불, 息 쉴 식
▲ 냇물이 쉬지 않고 흘러가듯이 (부단히 노력하면),
△ 277~280
淵澄取映(연징취영) ; 淵 못 연, 澄 맑을 징, 取 가질 취, 映 비칠 영
▲ 맑고 고요한 연못에 사물이 비치듯이 (세상 이치가 보이리라.)
* 川 내 천 ; 내 → 천류(川流) ; 냇물의 흐름
하천(河川) ; 시내
* 流 흐를 류 ; 물이 낮은 데로 간다는 뜻입니다. 흘러간다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는데,
① '옮아 퍼진다'는 유행(流行)의 의미도 있고,
② 물은 낮은 데로 정처 없이 흐르니 '정처 없이 떠돈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를 유랑(流浪)이라 하지요.
③ 물은 여러 갈래로 흐르니 '갈래'의 의미도 있습니다. 이를 유파(流派)라 하고.
④ 또 멀리 산간오지(山間奧地)나 도서벽촌(島嶼僻村)으로 흘려보내는 형벌의 하나인 '유형(流刑)'이
있는데 이를 유배(流配)라 합니다. 이와 같이 유(流)는 여러 가지로 쓰입니다.
* 不 아니 불 ; ① 아니다, ~ 하지 말라
② '부'라고도 읽는데, '불' 다음에 'ㄷ'과 'ㅈ'을 첫소리로 하는 한자가 나오면 '부'로 발음합니다.
↪ '돼지' 라고 연상하면 쉬울 것입니다.
↪ 부덕(不德), 부정(不正) / 불의(不義) 불순(不純)
* 息 쉴 식 ; ① 숨쉬다
② 쉬다 → 휴식(休息)
③ 살다, 생활하다 → 서식(棲息) ; 동물이 깃들어 삶
④ 편안하게 하다 → 안식(安息) → 만파식적(萬波息笛)
* 淵 못 연 ; '연못'을 말합니다. 연못에는 물이 깊이 차있으므로 '깊다'는 뜻도 있고, 물이 깊으면 고요하므로
'고요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 澄 맑을 징 ; (물이 잔잔하고 ) 맑다
↪ 연징(淵澄) ; 고요하고 맑음, ‘사람의 총명함’의 비유
* 取 취할 취 ; ① 취하다 → 취사(取捨) ;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림
② 가지다, 받아들이다
* 映 비출 영 ; ① 비추다 → 상영(上映); 영화를 비쳐 보여주다
② 햇빛, 햇살 → 영창(映窓) ; 방을 밝게 하기 위해 방과 마루 사이에 낸 두 쪽의 미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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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파식적 萬波息笛 ; * △ 143 만(萬) ; 1 만, 매우 많은 수
* 파(波) ; 물결, 파도
* △ 276 식(息) ; 편안하게 하다
* 적(笛) ; 피리
- 모든 파도를 잠재워 쉬게 하는 피리 -
<삼국사기>에 기록된 것을 살펴보면, 만파식적은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신라 전설상의 피리다.
신라 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김춘추의 아들, 김법민)을 위하여 감은사를 짓고 추모하는데, 죽어서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과 하늘의 신이 된 김유신이 합심하여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왜군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가뭄이 들면 비가 오고, 장마 때는 비가 개며, 바람이 불 때는 그치고, 물결이 평온해졌다. 그리하여 이 이름을 만파식적이라 하여 역대 임금들이 보배로 삼았다고 한다.
신라에는 3대 보물이 있었다고 하는데, 황룡사 9층탑과, 만파식적, 그리고 진평왕의 천사옥대 天賜玉帶 이다.
이들 셋은 모두 사라졌는데, 만파식적만이 그 형태를 바뀌어 살아남았으니 바로 에밀레종의 음관(音管)이다.
소리로써 천하를 다스리고 천하를 화평하게 하며, 모든 파도를 쉬게 하는 피리.
이 만파식적의 상징성이야 말로 모든 마음의 파도를 쉬게 하여 번뇌를 잠재우고, 경건함과 평온을 갖게 하는 범종의
참뜻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으니, 그 범종에 만파식적을 꽂아 심어, 감히 누가 훔쳐가지 못하게, 손대지 못하게 하였다.
세계의 무수한 종들의 왕, 그것이 우리의 에밀레종이다.
이 종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가장 크다.
종 앞에 서면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1200여 년 전에 이 거대한 종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거대한 도가니, 1000도가 넘는 고온을 유지할 시설, 엄청난 양의 밀랍, 장인들…. 만드는 과정을 상상하면 이 위대한 종은 우리들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한국 고대의 종에만 있는 특별장치인 음관과 종을 매다는 고리인 용뉴(龍鈕),
조형적 아름다움도 자랑이다. 한 마리의 용을 형상화한 용뉴의 용은 세밀하게 새겨진 비늘, 날카로운 이빨, 생동감
넘치는 발 등으로 대단히 역동적이다.
용의 목 뒤에는 꽃무늬가 돋을새김된 대나무 모양 장식물이 있다. 종소리를 더 은은하게 유지하는 과학적 장치인 음관이다. 음관은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도 없다. 에밀레종, 나아가 한반도 고대 종에만 유일하게 있는 특별한
장치다.
“그 형상은 산이 높이 솟은 듯하다. 소리는 용의 소리와 같았다.
위로는 하늘 꼭대기를 꿰뚫고 아래로는 땅 밑바닥까지 통했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정식 명칭)의 명문은 종이 완성된 직후를 이처럼 표현하고 있다.
성덕대왕신종 소리가 세계 유일하다 보니 그동안 음향학을 비롯하여 갖가지 과학적 분석이 이뤄졌다.
관련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리며, 국내외적으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가장 큰 요인은 종소리 때문이다.
어떤 종보다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가 은은하고 길게 울려 퍼지는 것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놀이 여음은
가슴을 파고든다.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만파식적의 재현인 것이다. 1천5백 년 전의 만파식적이 아직도
이 땅에 살아 세파(世波)에 찌들은 우리의 영혼을 위무(慰撫)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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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구절은 34절<사란사형 여송지성>, 뒷 구절은 36절<용지약시 언사안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