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30절) 척벽비보 촌음시경

한라오스 2021. 1. 10. 15:04

                                               제5<수신(修身)> 26~ 33/ 30

233~236

尺璧非寶(척벽비보) ; 자 척, 둥근 옥 벽, 아닐 비, 보배 보

                      벽옥이 한자나 된다 하여도 진짜 보배 아님이요,

237~240

寸陰是競 (촌음시경) ; 마디 촌, 응달 음, 옳을 시, 겨룰 경

                       촌음을 다투어 소중히 여김이 진정한 보배이니라.

 

* 자 척 ; , 길이 백척간두(百尺竿頭) ;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더할 수 없이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을 이르는 말

               법도

      () ; 한 자는 30.3cm입니다. 한 자는 열 치(十寸)를 말합니다. ()을 길이의 단위로 쓸 때는 ''로 읽습니다.

          한 치는 손가락 한 마디의 길이로 약 3cm입니다. 그래서 촌()은 아주 짧음 촌음(寸陰)- 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 둥근 옥 벽 ; 둥근 옥

                      아름다운 것의 비유

           넓적하게 생긴 것을 <()>이라 하고, 동그랗게 공 모양으로 둥근 구슬을 <()> 이라 한다

              ()은 동그랗고 가운데가 비어 있어서, 손목에 팔찌처럼 찰 수도 있다. 척벽(尺璧) 이라함은 지름이 한자,               30 cm 되는 것을 말한다. 귀중한 구슬의 대명사로 쓰인다.

          울타리 벽 벽서(壁書) ; 벽에 써 붙인 글

           둥근 옥 벽은 아래가 구슬 옥(), 울타리 벽은 아래가 흙 토()로 되어 있다.

 

* 아닐 비 ; 아니다 비명횡사(非命橫死) ; 뜻밖의 사고를 당하여 제 목숨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

                  등지다, 배반하다

                  거짓, 나쁘다 비위(非違)

 

* 보배 보 ; 보배, 보물

                  귀중한 것(화폐, 자식, 신체, ) 보감(寶鑑) ; 보배처럼 귀중한 거울 다른 사람이나

                                                                                  후세에 본보기가 될 만한 귀중한 일이나 사물.

                  보배처럼 여기다 , 존중하다, 소중히 하다

 

* 마디 촌 ; 마디

                  ; 길이의 단위 (요즘 보통 3 cm)

                  조금, 약간 촌음(寸陰) ; 매우 짧은 시간

 

* 응달 음 ; 응달, 산의 북쪽의 땅

                  , 태극이 나뉜 두 기운 중 하나

                  습기, 어둡다, 그늘 음습(陰濕) ; 그늘지고 습함

                  깊숙하다, 심오하다 음덕(陰德) ; 남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덕행(德行)

                  촌음(寸陰) ; 매우 짧은 시간, 일촌광음(一寸光陰)의 준말

                     일촌(一寸) ; 매우 짧다

                     광음(光陰) ; 해와 달, 빛과 그림자, 하여 세월, 시간을 뜻하게 되었다.

                     → 광음여전 [光陰如箭] ; 세월은 화살과 같다. 하여 빨리 지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여기에서 전 箭은 '화살 전'이다)

 

* 옳을 시 ; 옳다, 바르다 시비(是非) ; 잘잘못, 옳고 그름

                  바로잡다, 바르게 하다

        , 이것, 여기 지시대명사 시부시자(是父是子) ; 그 아비에 그 자식, 부자가 모두 훌륭함을 이르는 말

 

* 겨룰 경 ; 겨루다, 다투다 경주(競走) ; 빠르기를 겨루다.

  시경(是競) ; 이것을 다투어라 촌음, 이것이 귀중함을 알고 이를 확보하고자, 얻고자 다투어라. 노력해라.

삼갈 긍()으로 된 판본도 있다.

                        .................................................................

 

훼벽사(毁壁辭) - 깨어진 구슬이여!

              앞서 045~048 玉出崑岡(옥출곤강)에서 화씨지벽을 이야기했고, 여기 본 30절에서는 한자나 되는

             척벽(尺璧)을 얘기 하는데,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옥() 이야기를 아니 할 수가 없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난설헌 허초희(許楚姬 - 1563~1589)가 여덟 살의 나이로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 (廣寒殿 白玉樓 上梁文)을 지어 신동(神童)으로 판명이 나자, 12살이 많은 오빠 허봉(許篈)은 알고 지내던 당시(唐詩)의 대가 이달(李達)을 선생으로 모셔온다.

 

허난설헌은 15세 무렵에 김성립과 혼인했으나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지 못했다. 남편은 급제한 뒤에 관직에 나갔고,

가정의 즐거움보다 기녀들과의 풍류를 즐겼다. 거기에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못하여 고독한 삶을 살아야했다.

사랑하던 남매를 잃은 뒤에 설상가상으로 뱃속의 아이까지 잃는 아픔을 겪었다. 또한, 친정집에서 옥사(獄事)가 있었고, 동생 허균마저 귀양 가는 비극이 연속됐다. 삶의 의욕을 잃고 책과 한시로 슬픔을 달래며 불우하게 살다

1589년, 임진왜란 3년 전, 27세의 젊은 나이로 자신의 작품을 남김없이 불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동생 허균()은 너무 억울했다. 그는 누나의 죽음을 옥구슬이 깨진 것에 비유한 훼벽사짓고 세상과 담을 쌓다가,

누나의 시()들을 복원키로 다짐한다. 친정에 남아 있던 시()와 자신이 외워두었던 것을 합하여 210여 편을 건졌다.

이것을 초고 형태로 만들어 큰 형 허봉의 친구였던 정승 류성룡에게 보내 발문을 받아낸다. 류성룡은 난설헌의 시가

한당(漢唐)의 시보다 뛰어난 것이 많고, 시절을 염려하고 풍속을 근심하는 열사의 기풍이 있다며 극찬한다. 누나의

시집에 명사의 발문을 얹어 출판을 추진하던 차에 임진왜란이 터졌다. 다시 허균은 조선의 전쟁을 도우러 온 명나라

문인들에게 누나의 시 200여 편을 건네주는데, 그 일부가 <조선시선> (朝鮮詩選)에 실리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고수는 고수가 알아보는 법, 중국과 일본의 저명한 문인들은 난설헌을 역사에 길이 남을 여성 지성으로 평가했다.

1608, 난설헌이 세상을 뜬 지 20여년 만에 그녀의 시문집이 조선이 아닌, 중국에서 간행되었다. 하늘이 내린 재주가

있다 한들 누군가의 의도적인 노력이 없이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시대의 여성. 누이의 재능을 살리고자

동분서주한 형제들로 인해 난설헌 허초희는 역사에 깊이 기억될 수 있었다.

                                                                   -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님의 글에서 발췌, 편집

 

훼벽사 毁壁辭 - 깨어진 구슬이여!

 

깨어진 구슬이요, 부서진 보배로다

그대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어라

하늘이 부여한 자질, 어찌 그다지 풍부하였으며

어찌 그다지 혹독하게 벌 내려 주고 뺏기를 빨리 하였느뇨

거문고 비파 버려져 타지 아니하고

아침 밥상 놓였으나 임 맛보지 못하누나

고요한 침실 처절하게 조용하니

파릇파릇 난초 싹, 서리에 꺾였구려

돌아가 소요(逍遙) 하시련가

애통해라 뜬세상 한순간이여 !

 

- 중 략 -

 

하계(下界)는 급류이고 온갓 잡귀 질주하는 곳

가볍게 구름 속에 멀리 올라가

무지개로 깃발 하고 난새로 멍에하여

상천(上天) 바라보고 냉랭한 장풍 타고 가서

요지에서 서왕모께 술 한 잔 따를 때

삼광 나열하여 밑에 있으리다.

티끌세상 굽어보고 지닌 걱정 누르시면

어둡던 그 마음, 아 조화되리다.

오직 살아있는 나만이 슬픔 안고서

높은 하늘 바라보며 창자 뒤틀린다오.

돌아가 소요하소서!

상제(上帝) 뜰 안은 노닐 만 할 것이옵니다.

 

- 문재(文才)로만 따진다면 단연 난설헌이 사임당 위에 서리라.

  조선 오백년사(五百年史)를 찬연히 빛내줄 천재시인을 일찍 데려감은 하늘의 시샘이던가!

 

여기에서 끝남은 우리 선인(先人) 대문장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리라.

하여, 바둑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난설헌이 남기신 바둑 시 두 편을 소개하지 아니하고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유선사(遊仙詞) 42

 

玲瓏花影覆瑤碁(영롱화영복요기) ; 영롱한 꽃 그림자 옥 바둑판을 덮으니

日午松陰落子遲(일오송음락자지) ; 한 낮에 소나무 그늘에서 느긋하게 바둑을 두노라

溪畔白龍新賭得(계반백룡신도득) ; 내기에 이겨 시냇가에 매어둔 백룡을 얻으니

夕陽騎出向天池(석양기출향천지) ; 석양에 그 용을 타고 하늘 연못으로 달려가노라

 

* 우리네 선현들은 종종 뛰어난 말을 용마(龍馬)라 하여 용에 비유하기도 하였답니다.

 

궁사(宮詞) 11

 

避暑西宮罷受朝(피경서궁파수조) : 더위를 피해 서궁에서 조회를 끝내고 나니

曲欄初展碧芭蕉(곡란초전벽파초) ; 구부러진 난간에 파초잎이 파랗게 돋았네.

閒隨尙藥圍碁局(한수상약위기국) ; 한가하여 내전의원을 따라가서 바둑을 두니

賭得珠鈿綠玉翹(도득주전록옥교) ; 구슬 새겨진 초록빛 옥비녀를 내기해서 얻었네.

 

* 궁사(宮詞) : 궁중의 일들이나 풍경을 칠언절구의 형식으로 읊은 시

 

 

지금부터 무려 5백년 전, 동양의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서양의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 바둑(체스)을 두고, 이를 시()로써 읖조렸다는 사실(史實)이 있던가!.

이는 세계여성사, 세계 문학사에도 기록된 바 없는 위대한 우리의 자랑이자, 한민족의 긍지이로다!

...............................................................................................................................................................................................................................

        앞 구절은 29절<화인악적 복연선경>,  다음 구절은 31절<자부사군 왈암여경> 입니다.